현재 진행중인 일때문에 용평에 다녀와야 하는 일이 생겼다.
저녁때에는 다시 서울에서 볼 일이 있었기 때문에 차가 밀리는 것이 걱정되어서 그냥 바이크를 타고 가기로 결정.
작업을 하다가 밤을 꼴딱 새워버리고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선다.
경기도 양평을 막 벗어나는 길이다.
물안개가 피어나는 양수리 두물머리의 풍경이 너무나 멋져서 카메라에 담고 싶었지만 주변에 차들이 하도 씽씽 달리는 탓에 촬영을 포기하고 그냥 달렸다.
바로 전날 비가 온 뒤라서 하늘이 맑다못해 투명하게 느껴졌고, 마치 그려놓은 듯 예쁜 구름들이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홍천을 지나 횡성으로 가는 길.
높고 낮은 산들이 자주 등장하며 강원도로 가는 길 임을 알려준다.
게다가 오늘 가는 길은 제작년 전국일주 당시 마지막날, 즉 서울로 돌아오던 귀향 루트를 정확히 되짚어 가고 있는 셈이라서 감회도 새롭다.
아직 논에 물을 댈때는 안되었으니 아마도 어제 내린 비때문이겠지만 논 바닥에 비치는 하늘과 구름을 보니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강원도 횡성을 지나 둔내와 장평 사이에 있는 태기산 정상에 선다.
거대한 송전탑이 거대괴수 마냥 서있고 제법 매서운 바람에 몸이 움츠러든다.
바싹 마른 겨울나무들이 하늘을 우러르며 애절한 기도를 드리고 있다.
강원도는 아직 추웠다. 전날 서울 경기에 비가 내릴때도 이곳에는 눈이 왔던 모양이다.
곳곳에 남아있는 잔설과 눈이 닿는 끝까지 겹쳐지는 산들이 정겹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하늘도 여기까지!
평창을 지나 용평으로 가는 길 내내 진눈깨비가 내려 더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온몸에 흙탕물을 흠뻑 뒤집어 써야만 했다. 덕분에 40분이면 족할 거리를 한시간 반에 걸쳐 달려서 정오에나 용평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히 볼일이 용평 리조트의 한 호텔에서였기에 몸은 대충 씻을 수 있었지만 랩터는 몰골이 말이 아니다.
일을 마치고 용평에서 다시 서울로 출발한게 네시 정각.
장장 600Km에 왕복 8시간 가까이 걸린 힘든 여정이었지만 오전에 본 시원한 풍경들은 한동안 머리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다.
전시회 일정에 맞추느라 랩터를 미완성인 상태로 내보낸 것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매일매일 디테일들을 조금씩 추가해왔습니다. 그동안 헬멧과 배선을 추가했고 오늘은 랩터의 뒷쪽 양옆에 달릴 사이드 백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직 세부적으로는 색칠이나 일부 디테일이 미진한 곳이 있습니다만, 일단 이 사이드백까지 만들어 다는 것으로 95% 완성에 다가갔다고 하겠습니다.
가방은 에폭시 퍼티등으로 조형을 해서 색칠을 하면 실물과 완벽하게 같은 상태의 모습을 만들 수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스케일이 크고 실제처럼 열고 닫히는 기능성이 있는 것이 좋을 듯 해서 실물과 비슷한 천과 가죽질감의 레자천을 사용해서 제작합니다.
마땅한 부자재가 없으므로 모든 버클과 금속부자재는 가는 철사와 침핀등을 사용해 만들었고 가방 본체는 천을 재단하고 박음질해서 만들었습니다.
차체 오른쪽에 달리는 보조백은 원래 군용 잡낭입니다.
캔버스 주머니와 방수재질의 원단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방수원단을 얻기위해 드래곤제 모터싸이클병용 코트를 하나 잡아야 했습니다.
가방은 모두 실물처럼 열고 닫을 수 있게 만들었고, 스트랩에 걸린 캐러비나 고리는 핫토이사의 액션피겨에 들어있던 부품입니다.
공정상 색칠후에 해야하는 배션류에 대한 약간의 디테일업과 머플러의 제작만 빼면 모든 제작이 끝난 공정 95%의 사진입니다.
연료탱크에 달린 강철사 장식과 연료게이지 투명 비닐 파이프를 재현해 봤습니다.
갈고리 형태의 장식 사이에 위치한 연료게이지에는 나중에 용액을 채우거나 특수처리를 통해 연료가 들어있는 표현을 해줄 예정입니다.
연료탱크 밑, 정확히는 탱크 아랫쪽의 프레임에 엮여있는 배선류를 재현하고 캬뷰레터의 조절 코드도 만들어 줍니다.
라디에이터와 워터펌프, 엔진을 연결하는 냉각수 배관을 재현했습니다.
플라스틱 봉을 열을 가해 가공해 만들었고, 연료탱크에서 캬뷰레터로 이어지는 연료공급 라인도 만들어 줍니다. 중간에 투명한 연료필터가 달리게 되므로 투명한 플라스틱 봉을 열을 가해 늘여 만든 부품으로 재현해 줍니다. 연료탱크에서 나오는 선은 코일선을 감아 표현하고 배관 고정 브라켓은 황동판을 가공해 만듭니다. 공구통 앞쪽으로는 키를 꼽는 시동장치도 만들어 넣었습니다.
기어 체인지 레버와 왼쪽 발판입니다. 플라판과 철사를 이용해 만들었으며 실물처럼 움직입니다.
오른쪽 발판과 브레이크 페달 역시 같은 방법으로 만들고 작동됩니다. 브레이크 라인은 런너 늘인 것과 비닐 파이프로 만들었습니다.
할리 엔진은 랩터와는 미션구조가 달라서 랩터 특유의 머플러 라인을 살리기가 쉽지 않아 고민중입니다.
모양을 바꿔서 달면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그래서는 지금까지의 작업이 의미가 없어서 최대한 실제 형태에 가깝게 만들되 약간 변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처음에 만들기 시작할때 보여드렸어야 하는데 지나쳐버린 것 같아서 뒤늦게 원래 키트와의 비교사진을 올려봅니다. 타미야의 1/6 스케일 FXE1200은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전형적인 스탠다드 포지션의 할리 데이비슨 키트입니다. 일단 검정색의 프레임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시면 이번 작업의 내용을 쉽게 짐작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사실상 엔진과 휠을 제외하면 모든 부위를 개조하거나 다시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바퀴 뒷쪽에 위치하는 언더카울의 자작입니다. 철사와 플라판을 이용해 만들고 나중에 발판의 조립과 색칠을 고려해 실물과 동일한 방식으로 탈착이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핸들바의 세부 디테일 사진입니다.
지난번에는 미처 마무리를 하지 못한 가죽을 감은 그립을 재현해 완성했습니다.
시트 아랫쪽에 붙어 있는 공구통입니다. 기본통은 문구용 딱풀통을 잘라 만들었고 실물과 같은 방식으로 열리고 닫을 수 있도록 경첩과 잠금쇠를 자작해 보았습니다. 사무용 침핀과 황동판을 자르고 접어서 만들었습니다.
라디에이터 양옆에 붙는 냉각수 통입니다.
볼펜대를 자른 것과 플라판, 런너조각, 사무용 침핀등을 사용해 재현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라디에이터 오른쪽의 냉각수통은 두개의 볼트로 고정되므로 실제구조대로 장착이 가능하고 왼쪽의 것은 가죽 벨트로 채우게 되므로 나중에 이 가죽벨트를 만들어 달 예정입니다.
튓바퀴 양옆에 위치한 보조 발판입니다.
플라판을 이용해 실물처럼 움직이도록 만들었고 미끄럼 방지 요철도 재현해 봤습니다.
캬뷰레이터와 에어크리너 필터의 개조입니다.
수직형의 캬뷰레이터를 가진 랩터의 발칸엔진과 수평형의 캬뷰레이터를 채용한 할리의 엔진은 그 방식이 달라서 고민을 했는데, 옆으로 툭 튀어나온 에어크리너 필터 역시 랩터의 모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원래 할리 엔진의 캬뷰레이터 형태를 개조하고 자작한 오픈형 에어 크리너 필터를 달아 만듭니다.
수냉식 엔진을 쓰는 랩터의 냉각수 펌프입니다.
플라스틱 봉과 플라판, 런너 조각등으로 자작했습니다.
발판이 들어가게 될 발판 마운트 부분의 제작 사진과 왼쪽 냉각수통을 매달게 될 브라켓의 자작 모습입니다.
시동 상태를 조절하는 쵸크레버를 자작해 주었습니다.
키트에 들어있는 브레이크 디스크판은 완전히 평평한 민자 판이 들어있습니다. 브레이크 작동시 과열을 막고 제동력을 높이기 위해 뚫려있는 구멍들이 전혀 묘사되어 있지 않아서 일일히 핀바이스를 이용해 뚫어줍니다.
번호판 플레이트입니다. 키트에 들어있는 부품을 가공해서 만들었고 휀더 끝이 살짝 말려 올라가는 형태를 재현해 뒷쪽 휀더의 제작을 마칩니다.
뒷 휀더에 얹히는 보조시트의 제작입니다. 플라판을 휀더의 곡면에 맞게 가공을 하고 브라켓을 만들어 단뒤 내부에 휴지를 채우고 얇은 가죽을 씌워 시트를 만듭니다. 실물의 그것과 완벽하게 같은 방식이자 같은 질감을 내줍니다.
체인의 텐션을 조절할 수 있는 텐셔너를 재현합니다.
그동안 쉬면서 만들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너무 무리하면 안좋을 것 같아 손이라도 풀어본다는 의미로 기존의 프라모델을 개조하는 스크래치 빌드 모형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마침 12월에 세계인형대축제에 참가하게 되어서 액션피겨와 함께 전시할 1/6스케일 바이크를 만들어 보기로 했고, 기왕 만들 것이라면 제 바이크인 랩터를 만들어 보기로 합니다.
베이스가 되는 키트는 타미야의 1/6스케일 할리 데이비슨 FXE1200 수퍼 글라이드입니다.
제 바이크는 카와사키의 발칸800을 베이스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정확히 같지는 않지만, 발칸의 경우 1/6스케일로 모형이 나와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고 애초에 랩터를 만들때 할리엔진을 올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모형으로나마 '할리엔진을 탑재한 랩터'라는 컨셉으로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아 그대로 진행합니다.
모형이긴 하지만 제작과정은 실제 랩터를 만들때와 완벽히 똑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엔진과 프레임의 일부, 휠과 프론트 쇽업 쇼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부분을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 시작은 프레임 부터입니다. 뒷쪽 쇽업 쇼버가 없는 고정식 차체인 '리지드 프레임'을 만드는 과정은 기존의 프레임을 자르고 각도를 바꾸며 연장하는 작업의 연속입니다. 프론트 포크의 각도를 눞히기 위해 Neck의 각도를 꺾고 차체 뒷부분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 주된 작업입니다.
각도를 꺾어준 Neck 부분입니다. 모든 디테일은 랩터를 기준으로 수정합니다.
프레임에 연료탱크 고정 마운트를 만들고 이그니션 코일, 프레임 커버, 레귤레이터, 스프링 시트 고정 마운트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뒷 바퀴의 휀더는 실제 랩터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어진 부분입니다.
원래 키트의 휀더 부품 일부를 개조해 달고 플라판과 철사를 이용해 랩터만의 독특한 휀더 형태를 만들어 나갑니다. 가운데 달린 동그란 공구통은 직경이 맞는 파이프를 찾다가 문구용 딱풀통을 잘라서 만들었습니다.
연료탱크는 랩터를 만들며 최대의 난관이 될 부분입니다.
뾰족한 라이트 하우징과 더불어 랩터의 상징과도 같은 부분이기에 최대한 실물의 느낌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100% 플라판을 가지고 자작했으며 그 과정은 실제 랩터를 만들때 금속판을 판금해 만들어 가는 과정과 흡사합니다. 색칠및 제작의 편이성을 위해 실물과 같은 방식으로 차체에 결합할 수 있게 만듭니다.
시트 역시 플라판으로 자작했습니다.
두꺼운 철판을 판금해서 복잡한 다중 곡면으로 만들어진 실제 랩터의 시트 느낌을 재현하기 위해 플라판에 열을 가해 손으로 모양을 잡아가며 휘어 만들고 다듬어 줍니다. 시트 스프링은 볼펜 스프링을 사용하고 실물과 마찬가지로 진짜 가죽을 잘라 붙여준뒤 고정 리벳을 재현하는데, 일일히 구멍을 뚫고 사무용 침핀을 박은뒤 잘라내서 재현합니다.
배터리는 키트에 들어있는 것을 활용하고 배터리 케이스만 플라판으로 자작해 줍니다.
라디에이터는 할리엔진을 쓰는 이상 필요가 없는 부분이지만(할리는 라디에이터가 필요없는 공랭식 엔진입니다) 이게 없이는 랩터의 모양을 완성할 수 없고 아랫쪽 카울을 달 수가 없으므로 고증을 떠나서 만들어 줍니다. 차체 안쪽에 달릴 퓨즈박스도 만들어 줍니다.
할로윈은 유럽의 풍속이고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문화임은 틀림없지만, 지나치게 근엄하고 딱딱한 한국의 사회규범 속에서 하루쯤 그 통념을 깨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문화다.
할로윈 코스튬을 하고 동네를 다닌다면 '미친놈' 소리를 듣기 딱 좋겠지만,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이태원이나 홍대 클럽 골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할로윈을 맞아 브랜든 리(이소룡의 아들)의 유작이자 진정한 컬트무비 중의 하나이고 내가 무한의 애정으로 좋아하는 영화 The Crow의 코스튬을 재현해봤다.
원래대로라면 머리도 길고 얼굴도 하얗게 칠하고 입술도 검은 색으로 칠해야 하지만, 입술은 칠한뒤 아무것도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지웠고 얼굴의 흰색 칠은 화장품이 없어서 포기했다.
절반의 완성이긴 하지만 할로윈을 즐기는데에는 손색이 없었다.
무엇보다 The Crow2에 나오는 롱코트 자락을 흩날리며 검은색 바이크를 타고 질주하는 장면을 재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Happy Halloween!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 그동안 맛난 음식 먹고 편히 쉬다가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오랜만에 떠난 투어.
이번엔 간만에 혼자가 아닌 랩터의 친구 바이크 '파이널 수어사이드'를 대동하고 SAL505 팀과 함께 강원도로 향했다.
한결같이 개성이 강하고 오너의 취향이 물씬 풍기는 멋진 커스텀 바이크들과 함께하는 투어라서 다소 긴 여정도 그리 힘들지 않다.
점심을 먹었던 홍천강 하류쪽에 있는 식당의 마당.
도시에서 현란한 간판과 사람들에 의해 피곤해진 눈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평온한 풍경이다.
서울에서 한시간 반가량만 벗어나도 이렇게 맑고 아름다운 풍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고마울 따름이다.
손뻗으면 닿을 듯한 개울의 수심이 세길(어른키 세배)이 넘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맑고 푸른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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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비가 자주 내린 덕분인지 홍천강은 물이 제법 많아서 보기에 좋았다. 말라붙은 강바닥은 너무나 메마르게 보여서 항상 가슴이 아프다. 멋진 미끼 만들어 한나절 플라이 낚시를 하고 싶어지는 곳이다.
서울-양평-비발디 파크-청평-양수리-서울로 이어지는 루트중 청평 인근의 작은 냇가가 내려다보이는 휴게소.
중방대천이라는 이름을 보면 예전에 물이 많을때는 제법 큰 냇물이었던 모양이다. 길이 좋아서 친구 바이크인 파이널 수어사이드도 잠시 타봤다.
총 9시간 동안의 짧은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를 계산해보니 300Km 가량을 달렸다. 몸은 많이 피곤하지만 포근한 이불 속을 어렵게 탈출한 보람이 있어 만족스러운 날이다.
SAL505 멤버들과 함께. 예전에 로그에도 등장한 적이 있는 미키형님과 파이널 수어사이드의 오너 수진이, 그리고 처음 뵙는 SAL505 형님들이 함께 했다.
정말 엊그제 같은데 딱 1년전 이맘때 전국일주를 떠났었다.
모든걸 버리고 새로움을 얻겠다고 떠났던 여행...
1년전, 이 여행이 어쩌면 내 인생의 남은 절반을 바꿔놓을 그런 여행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제주로 들어가는 배위에서 했던 기억이 난다.
원래 지금쯤이면 난 작년과 비슷한 모습으로 남해안을 달리고 있어야 한다.
지난 전국일주 당시 제주로 들어가기 위해 빼놓을 수 밖에 없었던 남해안 일주를 여름휴가 삼아 다녀오기로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갑자기 찾아온 영화작업때문에 이 여행계획은 당분간 연기된 상태이다.
지도에 지난 여행루트를 그려넣고 보니 당시 빼먹은 남해안이 눈에 밟혀 도저히 못견딜 것 같다.
바쁜 일이 끝나는 대로, 겨울이 오기전에 남해일주를 하고야 말리라...
태풍이 올라온다는 말에 바짝 긴장했지만 다행히 살짝쿵 비껴간 일요일 아침.
간밤에 내리던 비는 아침의 맑은 하늘을 더욱 눈부시게 만들어준 촉매역할을 하더니만, 푸른초원을 달리는 양떼들이 하늘에 나타났다.
언제 사두었던 것인지 기억도 안나는 스위스군의 가죽제 탄입대를 랩터에 달아주기로 했다.
원래 랩터의 명판이 달려있는 가운데 둥근통을 공구통으로 사용중이었지만, 점차 수납공간의 부족이 느껴져 자주 쓰는 공구들을 이 가죽제 파우치로 옮기기로 한다.
드라이버와 스패너, 칼, 그리고 다용도 타이밴드들을 수납하기엔 안성맞춤인데다가 색상도 안장의 가죽과 잘 어울리는데다가 알루미늄제 리벳장식까지 똑같아서 마치 세트로 만들어진 것 처럼 잘 어울린다.
며칠전 주행중에 에어크리너 필터 그릴망이 없어졌는데, 이때문에 고속에서 연료와 공기의 혼합비가 맞지않아 "부륵~푸드득~!" 거리는 소위 '찐빠' 증상이 나타났다.
그대로는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알루미늄 타공망을 이용해 만들어 달았는데, 시운전을 할겸 저녁무렵에 잠시 양평쪽으로 나갔다가 할리 동호회 프리윌분들을 만나 함께 귀환.
센시 형님께서 한 컷 찍어주셨다.(사진 감사합니다. 꾸벅~)
저의 바이크 라이프를 슬라이드 쇼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바이크를 타며 느낀 것들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즐겁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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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모도 투어중에 촬영한 동영상입니다.
삽입곡은 Natalie Imbruglia의 Torn입니다. 즐겁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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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의 일기예보에서는 때이른 장마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비오는 날을 좋아하지만, 바이커로써는 비가 달가울리 없습니다.
하루 종일, 그것도 하루가 멀다하고 내리는 비는 바이크를 타기 힘들뿐만 아니라 습기때문에 녹이 슬지 않도록 관리해야하는, 바이커들에게는 최악의 날씨입니다.
지난 초봄에 강화도를 다녀온후 줄곧 강화에 갈 기회를 노렸으나 여의치 않았고, 이제 곧 찾아오는 장마를 앞두고 더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평일의 강화투어를 결심했습니다.
그것도 강화도 본섬이 아닌 석모도로 말입니다.
서울에서 강화도까지는 한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강화도로 들어가는 초지대교를 넘어 강화도의 왼편을 돌아 외포 선착장에 도착.
석모도는 외포 선착장에서 배로 15분 정도밖에 안걸리는 아주 가까운 섬이다.(실제로 바로 눈 앞에 보인다) 덕분에 30분마다 배가 뜨며 승선요금도 바이크를 포함해 왕복 3,400원으로 아주 저렴한 편이다.
일단 바이크를 배에 싣자 작년 전국일주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며 오랫만의 갯가 냄새에 마음이 울렁거린다.
외포와 석모도 사이에는 유난히 갈매기떼가 많다. 이른바 '새우깡 받아먹는 갈매기'인데, 나는 갈매기들이 관광객들이 주는 새우깡을 받아먹다가 결국 성인병으로 죽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주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낭만적인 모습이긴 하다.
사진기는 짐을 줄이기 위해 똑딱이 사진기만 가지고 가서 좋은 그림을 잡아내진 못했으나 갈매기들의 모습 몇장.
날개를 주욱 펼치고 유유히 바다위를 나는 모습은 보고있는 내 등을 자꾸만 긁게 만든다.
"나도 등판에 날개 좀 하나 안 돋나?"
잠깐 갈매기떼에 눈을 팔고 나면 배는 어느새 석모도에 도착한다. 사진에는 안나오지만 갯가에는 벌써 게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찌는 듯한 이른 더위를 바닷바람에 날려보는데 머리속부터 발끝까지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함이다.
바이크의 좋은 점은 차량의 출입이 어려운 곳에도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제대로 된 차량출입용 도로가 없는 곳, 그저 자전거와 오토바이만이 갈 수 있는 길이 아직 이런 시골에는 남아있다.
석모도가 그리 큰 섬은 아니지만(섬 둘레 도로의 길이가 약 20Km) 제법 큰 산이 있으며, 신라시대때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는 사찰 보문사가 있다.
기대를 많이 하고 갔지만, 역시 이 보문사도 신라시대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모든 불전은 근/현대에 중창된 것이고 건물의 생김과 배치양식 또한 옛것의 느낌이 아니었는데, 다만 절이 들어 선 터와 수령 600년 이상이 된 향나무만이 옛 고찰의 모습을 어렴풋이 짐작케 할 뿐이다.
입구를 들어서다보면 그나마 제법 옛 양식을 갖춘 누각 하나가 서 있는데, 바로 범종각이다.
성덕여왕 신종을 모각한 것으로 보이는 신라풍의 범종이 걸려있다. 그나마 요즘 한심한 사찰들에 걸린 전통무시, 국적무시, 조형감 제로인 범종들과는 격이 다르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는데, 나중에 궁금해서 알아보니 1975년에 고 육영수 여사의 시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수령 600여년을 넘게 헤아린다는, 인천시기념물 17호로 지정된 향나무는 비록 군데군데 시멘트로 갈라진 몸을 메우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푸른 잎을 틔워내는 살아있는 나무다. 움틀움틀 몸을 꼬는 모습에서 수백년의 역사와 고통, 기운이 보이는 듯 하다.
사실 이 보문사에 들린 진정한 이유는 절 뒷쪽 산인 낙가산 중턱 '눈썹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을 보기위해서였다.
보문사가 관음 도량의 성지임을 가장 잘 상징하는 마애 관음좌상은 대웅전에서 계단을 따라 한 15분 가량을 올라가는데, 경사가 가파르고 계단이 촘촘해 제법 힘이 들지만 일단 올라서고 나면 서해바다와 석모도의 논밭들을 굽어볼 수 있어서 충분히 올라가볼만 하다.
이곳에 조성된 마애불은 1928년 배선주 주지스님이 보문사가 관음 성지임을 나타내기 위하여 금강산 표훈사의 이화응 스님과 새긴 것으로, 높이 9.2미터, 너비 3.3미터의 대형 마애불이다.
올라와보니 왜 '눈썹바위'인지 알 수 있었는데, 이 관음좌상을 비바람으로 부터 막아주는, 마치 눈썹처럼 돌출된 자연지붕의 형태를 띄고 있는 바위였던 것이다.
비록 근대에 조성된 것이라고는 하나 그 공력과 관세음보살의 넓은 도량을 얻고자 하는 속인들의 정성이 엿보이는듯 하여 조용히 참배하고 내려온다.
건물이나 상가같은 것이 거의 없다보니 섬에 난 도로는 굳이 구불구불할 필요가 없다. 통크고 시원하게 섬을 가로지르는 도로는 호쾌하기 짝이 없다. 그 양옆으로 펼쳐지는 논의 푸른 물결은 바람에 기분좋은 소리를 내며 마치 바다처럼 펼쳐져 있다.
아마도 몇달후에는 이곳이 온통 황금빛으로 변할 것을 생각하니 꼭 가을에 다시 한번 와봐야 겠다는 의지가 불끈 솟아 오른다.
(사진을 클릭하면 가로 1280픽셀의 큰 사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행하면서 큰 즐거움중의 하나는 바로 먹는 것!
고심끝에 선택한 저녁메뉴는 강화의 명물인 밴댕이 회무침. 속이 좁거나 벌컥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을 뜻하는 '밴댕이 소갈딱지'라는 말이 잡히면 제 성질을 못이기고 바로 죽어버리는 이 밴댕이 때문에 만들어진 말이다.
맛은 어떠냐고?
환장하는 맛이지. 회무침 한접시를 열심히 먹다가 밥을 넣어 쓱쓱 비벼서 회덮밥으로 먹는 맛은 정말 안먹어 본 사람은 모를 것이다.
성수기에는 밤 9시 30분까지도 배가 드나든다고 하는데, 아직은 해수욕철이 아니라서 섬에서 나가는 마지막 배가 8시 30분에 뜬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진작에 섬을 떠났고, 낯선 외지인으로는 유일하게 남아있던 나와 랩터를 태우기위해 막배가 들어온다.
처음에는 작은 섬이라고 해서 만만하게 보고 들어온 석모도, 그러나 그곳에서 보낸 몇시간은 석모도를 보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