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ANG WORLD

블로그 이미지
by serang
  • Total hit
  • Today hit
  • Yesterday hit

안녕하세요? 김세랑입니다.

평소 이런저런 생각의 결과물이기도 하고, 최근 몇차례의 전시나 관계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든 생각 하나가있습니다.

우리가 즐기는 피겨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고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정보가 오고가고 있지만, 정작 대부분의 애호가 분들도 피겨의 역사나 그 발전과정을 잘 알고 계시는 분이 드문 것 같습니다.

특히 여러 훌륭한 한국인 원형사들이 주요 메이커에서 활약하고 있는 오늘날의 자랑스러운 현실이 있기까지 과연 우리나라 피겨계, 더 나아가 우리나라 모형계는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정도는 알고 즐긴다면 이 취미와 한국인 아티스트 분들에 대한 애정이 더욱 싹트지 않겠습니까?

자고로 뿌리가 깊어야 잎과 꽃이 무성한 법이니까요^^


해서, 누군가가 나서서 정리를 한번 해주면 좋겠지만, 아마도 그러기엔 피겨 아티스트 제1세대중의 한명이고 지난 십수년 동안 모형잡지를 만들며 관련업계와 인물들을 고루 잘 알고 있는 제가 총대를 멜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저의 지식과 경험치를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이기에 매우 주관적이기도 하겠지만, 최대한 객관적이길 지향하며 우리나라 모형계와 피겨의 발달 비화들을 한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담과 관계도를 중심으로 풀어나가므로 종종 예기치 못한 '깔때기'(지자랑- 요즘 유행이죠? ^^)가 수시로 등장할 수도 있겠습니다.

지 자랑한다고 욕하지 마시고 그저 재미로 생각해 주세요^^

가능한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갈 예정이며, 틈이 날때마다 조금씩 써나가는 연재형식으로 전개해 보겠습니다.


<기초 개념 정리 - 피겨란 무엇인가?>

피겨에 대해 말하기 전에 먼저 우리는 'Model'이라는 단어의 개념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Model은 '모형'을 뜻합니다.

모형이란 어떤 사람이나 사물의 형상을 본딴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가 즐기는 피겨도 바로 이 모형의 하위개념입니다.

피겨(Figure)는 일반적으로 인물상(인형)을 말하는데, 즉 '사람의 형상을 본따 만든 모형'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우리가 미술의 영역으로 알고 있는 등신대(실물크기) 조각상이나 손톱만한 초미니 인형도 들어갑니다.

그래서 우리가 즐기는 12인치 피겨는 1/6스케일로 축소되어 만들어진 12인치(약 30센티미터) 크기의 미니어처 피겨(Miniature Figure - 축소 인형)라고 해야 정확한 표기가 됩니다.


액션 피겨(Action Figure)는 인형의 구조와 방식에 대한 개념으로 관절이 들어가 있어 액션(움직임, 동작)을 즐길 수 있는 인형이란 뜻입니다.(반대 개념으로는 일반적인 조각상을 뜻하는 '스테츄'가 있죠)


<제1장: 태초에 그들이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격동의 80년대가 마악 지나간 1991년, 우리나라에 최초로 모형전문 잡지라는 것이 등장합니다.

'취미가(Hobbist)'라는 다소 생소하고도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제호의 이 잡지는 그러나 취미 모형분야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 있던 전국 방방곡곡의 모형인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킵니다.

이 잡지가 창간되기 전까지 우리나라 모형시장은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동네마다, 학교앞마다 있던 학용품등을 파는 '문방구'라는 곳은 학용품 뿐만 아니라 연예인들의 사진으로 만들어진 책받침같은 연예정보와 프라모델로 대표되는 모형및 완구점을 겸하고 전자오락실이자 불량식품의 온상이기도 했죠.

아, 물론 이때는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인터넷이라는 것은 꿈도 못꾸던... 아날로그의 시절입니다.

이 잡지의 등장으로 비로소 전국에 모형전문점이나 모형동호회가 결성되는 붐을 일으키게 되죠.

훗날 여기에 더해 몇년후에는 비로소 PC통신(전화선 모뎀을 사용하는 인터넷의 전단계)이란 것이 등장하며 전국의 모형동호인들의 결속은 더욱 빨라집니다. 


저는 이 잡지가 창간되기 한해 전에 당시 국내 유일의 전국 규모 모형 콘테스트이던 '아카데미 프라모델 콘테스트'에 참가해 대상을 받았고, 이듬해인 1991년에도 또다시 대상을 수상해 2년 연속 대상 수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게 되죠.(아~ 욕들이 쏟아지는 것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깔때기입니다 깔때기!)

제가 왜 욕먹을 것이 뻔한 이 이야기를 하냐하면, 바로 이 수상경력이 바탕이 되어서 취미가라는 모형잡지에 작품을 만들어 싣고 제작기사를 작성하는 '전문 필진'이 되기 때문이죠.

당시 제 나이 갓 20세, 마침내 모형을 만들어 밥을 먹고 사는 파란만장한 '프로 모델러'로써의 제 경력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당시 미술대학 신입생이던 저는 모형잡지일을 하면서 탱크, 비행기, 로봇, 인형등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만들어 댑니다.

독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만들었죠.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인형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탱크 프라모델을 사도 탱크 자체보다는 거기에 들어있는 작은 인형을 더 좋아했죠.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일반적으로 모델러들은 인형을 '탱크의 액세서리' 정도로 생각할뿐 그리 진지하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인형은 완전히 비주류였죠.

그나마 약간이라도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시 음성적으로 유통되던 일본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영향으로 드래곤 볼의 손오공이나 오, 나의 여신님의 벨던디같은 캐릭터 인형들이 일부 마니아 층을 만들어가고 있었고, 그나마도 정품이 아닌 조악한 레진이나 소프트비닐제 카피키트가 고작이었습니다.


취미가의 필진이 되고 몇달후, 당시 인기장르인 SF붐을 타고 드디어 공식적인 제 첫번째 인형작품을 만들어 잡지에 소개하니 그 이름도 거창한 '사이버 맨'입니다.

뭐 설명해도 모를 나름의 창작 캐릭터로 한쪽 팔이 기계로 된 '사이보그(인조인간)'를 만든 겁니다.

지금보면 참혹한 수준이지만 당시에는 그래도 나름 주목은 받았습니다.

일단 인형이란걸 직접 손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거의 없던 시기였으니까요.

요즘은 스컬피나 에폭시 퍼티같은 좋은 재료들이 있지만, 당시에는 이런 재료조차도 없던 때입니다.

해서 공업용 '폴리퍼티'라는 것을 사용해 만들었는데, 이게 뭐냐하면 차 사고나서 살짝 찌그러지면 누런 반죽같은걸 바르고 사포질 한 다음에 색칠을 하지 않습니까?

그때 사용하는 누런 반죽이 바로 폴리퍼티입니다.

엄청나게 딱딱하고 가공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인체에도 해로운 재료지요.


폴리퍼티는 스컬피나 에폭시 퍼티처럼 반죽을 해서 빚어 형태를 만들 수 있는 재료가 아닙니다.

주제와 경화제를 섞으면 걸쭉한 액체상태가 되는데, 이걸 적절한 용기에 넣어 큰 덩어리로 굳히고 난뒤에 칼로 깎아서 형태를 만들어갈 수 있죠.

즉, 손으로 형태를 빚어서 만드는 '조형'이 아니라 형태를 깎아 들어가는 '조각'용 재료입니다.

이 커다랗고 딱딱한 덩어리를 연필깎듯이 깍아서 밤톨만한 얼굴을 조각해낸다고 생각해보세요.

어휴~~~

사포질은 어찌나 힘겨운지 연마용 전동공구를 이용해 갈아내려고 표면을 박박 갈아내다가 작업실에 가득찬 분진에 질식해서 기절을 한 적도 있습니다.(이건 비유가 아니라 진짜입니다, 진짜 기절을 했어요!)


하여간 우여곡절 끝에 완성해 낸 이 인형... 운명적인 걸까요?

당시에는 12인치 액션피겨라는 장르가 제대로 자리잡기 전인데 당시 만든 사이버맨이 바로 12인치 사이즈의 스테츄였죠.

이 작품을 계기로 비슷한 컨셉이지만 크기가 120mm급으로 작아진 자작인형이 등장하는 '난 널 절대 잊지 못할꺼야'라는 디오라마 작품도 연이어 만들게 됩니다.

덕분에 전 지면을 통해 전국적으로 작품과 이름을 알린 '제1호 인형제작자'가 됩니다.

물론 저 이전에도 인형을 만드는 분은 암암리에 많이 계셨겠지만 어쨌든 '공식'이잖아요. ^0^

 

단행본 '메카닉 인터뷰'(김세랑 저서, 호비스트 발행, 1994)에 수록된 작품들. 김세랑(우측)1991년 작 'Cyberman'. 30Cm. 폴리에스터 퍼티 조각후 색칠. (좌측) 1991년 작 '난 널 절대 잊지 못할꺼야'. 30Cm X 40Cm 디오라마, 120mm급 인형.


또, 이 작품이 계기가 되어 이제 본격적으로 언급할 또다른 두명의 인형제작자를 만나게 됩니다.

오늘날 켈베로스 프로젝트라는 팀명으로 더 잘 알려진 캐릭터 인형계의 독보적인 선수 '조일형'씨와 알게모르게 12인치의 대중화에 일조한 원형사 '박기갑'씨.  

저와 더불어 1990년대 초반부터 인형을 사랑하고 인형을 만들어 먹고 살고 싶으며 인형 제작자가 대접받는 모형세상을 만들고 싶어했던 사람들.

훗날 '인형계의 삼총사'로 불리우게 될 세 사람의 만남과 활약은 다음 기회에...


-세랑- 

P.S.; 지나친 깔때기에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시원한 냉수로 속을 좀 달래세요! 

  

 

AND

ARTICLE CATEGORY

분류 전체보기 (963)
Who Is Serang (7)
Fine Art (19)
Miniature Art (315)
Wearable Art (21)
SerangCast (56)
Serang,s Life (215)
Motorcycle Diary (75)
Movie & Fun (73)
Candle War (41)
Mac Life (69)
Military (27)
Art Shop (24)

RECENT ARTICLE

RECENT COMMENT

RECENT TRACKBACK

CALENDAR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