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원래 모든 일은 그렇게 되지.
28일, 시청에 전대협 깃발이 든다는 글을 본뒤 30~40대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포스터를 만들고 글을 띄웠지.
막상 시청에 2시에 가보니 깃발아래에 있던 인원은 고작 20~30명.
그분들 중에 진짜 시위를 경험해봤던 분들도 많지 않고.
대부분 그동안 울분만 가지고 있다가 80~90년대의 상징과도 같은 '전대협 깃발' 아래에 모인 분들이었다.
목소리가 커서, 집회시위 경험때문에, 아직도 당시의 노래들과 구호 치는 법, 아지 띄우는 법, 대열 진행법을 알고있다는 이유로 대열 리딩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누군들 안그럴 것인가?
이런말이 있었다.
공권력에 의한 폭력이 투사를 만들고,
결국 피를 불러 열사를 만들며,
결국 그 권력은 망하고 만다고.
그동안 거리에서 본 수많은 촛불소녀들은 이미 모두 투사가 되어 있다.
돌을 들거나 폭력을 행사하진 않지만 그들은 이미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투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입맛을 바꿔서라도 삼양라면을 먹고 부모를 설득해서 조중동을 버리게 만들며 관심이 없던 친구들을 설득해 '조직해 내고'있다.
그게 바로 투사다.
현재 전대협은 유령과도 같다.
더이상 그 실체는 존재하지도 않고,
과거 전대협 간부들의 일부는 완전히 변절하여 기성 정치권에 몸담고 있다.
그러나 과거 전대협은 투사들의 상징이었고,
해묵은 깃발이 2008년의 시청에 다시 세워진 것은 시대를 역행하려는 이 정부와 공권력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인 것이다.
시청에서 청계방향으로 진출해 펼친 선전전.
당초 30여명으로 시작한 이 대오는 곧 200여명으로 불어나게 된다.
간만에 실컷 뛰어 봤다.
일단 택이 잡히면 속전속결이 본디 전대협의 투쟁방식이다.
안국동에서의 대치. 갑작스럽게 등장한 전대협 깃발에 경찰이 놀랐는지 소화기와 방패를 써서 무작정 진압에 들어왔다.
유모차 아저씨가 소화기를 맞았고 방패에 떠밀린 아저씨 한분이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부딛치며 뇌진탕을 일으켜 발작했다.
내가 직접 119를 불러 후송되는 것 까지를 도왔는데, 상태가 너무 심각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