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하나에 십수만원 하는 개새끼들 전용 먹이가 불티나듯 팔리는 세상이라서 <들개>라는 단어의 뜻조차 무의미해져가는 요즘이지만, 갈빗대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목울대에 각이 져서 그르렁 댈때마다 앙상한 가죽이 꿈틀대는 들개의 모습은 내겐 너무나도 생생한 기억이다.
처연할 정도로 본능과 야성에 빛나는 두 눈은 한밤중에 더욱 푸른 귀기를 띄며 빛나고, 느리게 움직이면서도 앞발을 슬쩍 땅에서 뗄라치면 온몸이 오그라드는 공포를 풍기는 들개...
그림이 더이상 그림이 아니라 배춧잎사귀 다발같은 지폐화 되어가는 요즘 들개와도 같은 그림, 들개와도 같은 그림쟁이들을 만나는 것은 마치 도심속에서 들개를 만나는 것 보다도 더 힘든 일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지지리 궁상 해프닝과 촌티를 곱빼기로 휘감고 명품과 함께 철지난 팝아트를 외치는 자칭 '아티스트'들이 난무하는 요즘 미술계에 1981년에 초판이 발행되고 1991년에 이 책을 읽으며 전율에 몸을 떨어야 했던 이야기는 이제 너무나 낡은 이즘이 되어버린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예술지상주의라는 말이나 배고픈 예술가로써의 전형성을 위해 자신의 겉모습을 만들어 가는 행위들을 극도로 싫어하기는 하지만, 이외수 아저씨의 분신과도 같은 이 책과 내용에 등장하는 '그'의 광기에 가까운 그림에 대한 집착은, 배고픈 들개의 누런 이빨에 심장을 물려버린 것 마냥 숨막히게 꽂혀온다. 20년이 훨씬 넘은 이 책을 십수년전에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집어든 것은 우연치 않은 대화중에 떠올린 까닭이기도 하지만, 한때 너무나도 절실하게 매달리던 내 열정을 다시 끄집어 내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들개: 이외수 지음. 1981년 초판발행. 2005년 재판. 286쪽. A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