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게 이 겨울의 마지막 함박눈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간밤에 쉼없이 내린 눈은 새벽 여명 속에서 서서히 그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두 치가 넘게 수북하게 쌓인 눈길을 맨발에 슬리퍼만 신고 "뽀드득~ 뽀득" 걸어 다닌다.
괜히 입꼬리가 올라간다.
새해가 밝고 정월 대보름이 지난지도 얼마 안되었는데,
부디 이 눈이 서설(瑞雪)이 되길 바란다.
눈 덮인 삼청동의 풍경은 너무나도 평온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수직에 가까운 축대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매달려있는 눈송이떼.
물결(浪: 랑)치는 곳에도 눈이 내려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