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나의 어린 시절은 미국 TV드라마가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또래분들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전격Z작전, 에어울프, 맥가이버, 초원의 집, V같은 수많은 걸작 드라마들이 모두 미국 드라마였기에 요즘의 소위 '미드열풍'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동안 SERANG WORLD에서도 미국 드라마 이야기가 종종 올라왔지만, 이번에는 현재 내가 열심히 보고 있는 방영중인 작품들에 대한 평가를 한번 내려보고자 한다.
1. HEROES 시즌2
시즌 땜빵용으로 등장했던 히어로스는 예상외의 인기를 누리며 시즌2가 나오기에 이르렀는데, 비슷한 장르인 4400이 그랬듯 왠지 시즌2로 넘어와서 힘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다.
시즌1이 캐릭터 소개및 떡밥 던져놓기였다면 시즌2에서는 그것을 좀 걷어 들여야 하는데 여전히 핵심을 놔둔채 겉도는 느낌. 능력이 겹치는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하면서 시즌1때의 신선함이 줄어든 것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볼만한 드라마중의 하나다.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유명해져버린 프리즌 브레이크는 시즌3로 넘어오면서 고유의 긴박감을 잃지 않는 것 까지는 좋은데, 역시 최근 미국드라마를 관통하고 있는 거대 음모설의 실체를 보여주는데에는 지극히 인색하다.
새라 텐크레디 박사가 죽어버리고 전편의 주요 캐릭터들이 모두 액스트라로 전락해버리고 나니 지나치게 마이클 스코필드와 링컨에게만 촛점이 맞춰지며 잔재미가 떨어져 버린 것.
'시간 끌기'로는 결코 재미를 늘일 수 없다는 법칙은 한국 드라마에만 적용되는 공식은 아닌 모양이다.
미 육군 델타포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유닛'은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하고 있지만, 액션과 밀리터리물을 좋아하는 남성 시청자들에게는 은근한 지지를 받고 있는 매니악한 드라마다.
24시리즈가 하루에 일어나는 일을 시간대별로 그리고 있는 반면, 유닛은 매회 하나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한편 한편 봐나가는 맛도 있어서 좋다.
특히 TV드라마로는 상당히 스케일이 크고 최신 군사장비와 복장, 전술이 등장하며 고증도 충실해서 군사드라마로써 갖추어야할 기본기가 튼튼하다는 점이 강점.
듬직한데다가 리더쉽과 유머를 갖춘 조나스 블레인 상사역의 '전직 팔머 대통령님'을 비롯해서 캐릭터가 분명한 조연들 덕분에 극적인 재미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8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외화들중 '600만불의 사나이'와 쌍벽을 이룬 '소머즈'의 리메이크 작.
원작이 주는 아련한 환타지와 재미에 방영전부터 큰 기대를 했던 작품인데, 막상 뚜껑이 열리고 나니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게 만드는 작품.
주인공은 이미지가 어울리기는 하지만 어린 시절 왠지 성숙한 여인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었던 소머즈의 '지적이면서도 강력하고 섹시한' 복합매력을 찾아보기 힘들고 어설픈 와이어 액션과 블레이드 런너를 연상케 하는 빗속의 옥상 결투 정도로는 요즘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꾸준히 보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 6화까지 봤지만 볼 수록 잠이 쏟아지는 함량미달이다.
차라리 '원더우먼'을 리메이크 하는 것이 백배쯤 나았을 것 같다.
미국 SiFi채널의 스테디 셀러인 스타게이트 시리즈는 이미 방영된 10개 시즌의 SG-1에 이어 아틀란티스 시리즈가 전개되고 있다.
애초에 영화로 먼저 등장했던 스타게이트는 정작 스크린에서는 대박을 터트리진 못했지만, 골수팬들에 의해 TV시리즈는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고대문명을 빙자해 이집트와 그리스, 몽골등 다양한 문명들을 보여준 SG-1에 이어 전설속의 아틀란티스를 찾아나선 새로운 시리즈는 무대가 완전히 우주로 바뀌게 된다.
첨단 그래픽은 TV시리즈라는 점을 잊게 만들 정도로 우주공간과 아틀란티스를 멋지게 재현하고 종종 등장하는 전투장면 역시 보는 재미가 있다.
현재 아틀란티스 시즌4가 진행중이며 장장 10여개 시즌에 달하는 SG-1을 보지않고 바로 아틀란티스부터 봐도 큰 무리가 없는 이야기 전개도 좋다.
목발을 짚고 시니컬한 표정과 말투, 음담패설과 뒷통수 치기를 즐기며 향정신성 약품인 바이코딘에 쩔어사는 우리 하박사님은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미국드라마의 캐릭터다.
CSI처럼 과장되거나 허황되지 않으면서도 매회 놀라운 직관력으로 환자의 병을 쫒아가는 하박사의 이야기는 매력적인 캐릭터, 전문지식, 인생관, 그리고 적절하게 삽입되는 OST까지 가장 완벽한 TV드라마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시즌4에 와서는 이전까지 극을 팽팽하게 끌어오던 세명의 '조무래기들'을 주변인물로 전락시키는 대신 테스팅을 가장하여 새로운 조연들을 심어보고자 하는 제작진의 의도가 엿보이는데, 과연 어떤 인물이 마지막까지 하우스의 '새로운 조무래기들'로 남게될지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하여간 못되먹은 하박사님과 귀여울 정도로 멍청한 윌슨, 그리고 Sexy Bomb인 닥터 커디의 끝없는 질주는 계속된다.
6개의 시즌이 말해주듯 은근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경찰관련 드라마인 더 쉴드는 '경찰배지'를 뜻하는 제목처럼 '경찰' 그 자체를 다루고 있다.
과연 경찰은 법의 수호자이자 민중의 지팡이인지, 무엇이 정의고 무엇이 악인지, 과연 인간의 본성은 무엇이고 돈의 유혹앞에 우린 얼마나 꿋꿋할 수 있는지등을 다루고 있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무거운 드라마이지만, 매회 벌어지는 사건과 주인공인 형사 '빅 맥키'를 위시한 그의 일당들이 벌이는 과감하고도 황당한 활극에 빠져있노라면 어느새 한 시즌을 다 봐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괜찮은 드라마다.
매번 볼때마다 금빛으로 번쩍이는 경찰배지를 암울한 이미지와 오버랩시켜놓은 타이틀이 참 잘만들어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참,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판타스틱4' 시리즈에서 바위인간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미리 알고보면 더 재미있기도 하다.
이번에 새로 시작한 드라마 '라이프'는 닥터 하우스에 이어 가장 주목할만한 드라마중의 하나이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12년간 감옥살이를 했다가 풀려난 한 경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라이프는 HBO의 걸작 전쟁 드라마인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주인공이었던 윈터스 대위역의 '데미안 루이스'가 주인공을 맏은 드라마다.
평범했던 전형적인 경찰이 감옥생활을 통해 놀라운 집중력과 통찰력을 갖게 되고, 아울러 '선' 사상에 빠지고 과일을 좋아하는, 약간 편집증적 증세를 보이는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미안 루이스는 마치 닥터 하우스의 휴 로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복잡하면서도 다중적인 인물의 성격을 멋지게 연기할분만 아니라 외모에서도 어딘가 하박사님의 젊은 시절같은 느낌이 풍긴다.
매회 새로운 사건을 해결하는 한편, 자신이 감옥에 가게 되었던 12년전의 사건을 다시 추적해 나가는 이중구조로 극의 흐름이 펼쳐지며,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가 어딘가 한군데가 모자라거나 문제가 있는 인물로 그려지는 점등으로 보아 작품 전반에 인간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연기자는 물론이고 극의 전개와 스토리, 영상과 연출 모두 상당히 좋은 수작이 나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