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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08
    집결호 - 중국판 태극기 휘날리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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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전, 내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밀리터리 테크니컬 어드바이저(군사자문)로 참가했을때만 해도 '과연 국내에서 이 영화를 찍어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해봐야만 했다.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서 오랜동안 전쟁영화의 맥이 끊겨있던 상태에서 전쟁영화라는 장르 자체가 낯설 각 분야의 스텝들이 이런 특수장르의 영화를 만들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가장 큰 내 의문점이었던 것이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그래서 무척이나 어렵게 제작된 영화였고,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전에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밴드 오브 브라더스]라는 훌륭한 텍스트가 있었기에 이것이 모든 스텝들에게 좋은 교본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헐리우드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한국적인 재료와 양념을 버무려 만들어진 것이었고, 이제 소개할 개봉 예정작 [집결호]는 그 '태극기 휘날리며의 중화풍'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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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결호'는 1940년대 당시 중화인민군에서 사용하는 신호용 나팔소리중 '퇴각나팔 소리'를 듯한다.
영화는 중국 모택동의 인민정부와 장개석의 국민당군간의 국공내전을 배경으로 시작되며, 태극기 휘날리며가 낙동강 방어선 전투를 시작에 배치한 것과 유사한 설정과 분위기로 진행이 된다.
탱크를 앞세워 밀려오는 국민당군의 공격 최전방 저지선을 맡은 중대장 구즈디를 주인공으로 그들의 영웅적인 최후와 명예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는 이 영화는 훗날 중화인민군의 항미 원조 전쟁(한국전쟁 참전)까지도 양념 처럼 다루고 있다.

참고로 이 영화를 두고 빨갱이 영화라는둥, 중공군 참전을 미화한다는 등의 이념적인 시각으로 보는 네티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이 영화가 사회주의 국가인 '중화인민공화국'에서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중국에서 만든 영화가 그들의 시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고, 이런점에서 독일에서 만들어진 전쟁영화 '스탈린 그라드'나 러시아 영화인 '9중대', '즈베즈다'도 사실 이런 이념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국내에서 개봉이 되어서는 안되는 영화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논리라면 팍스 아메리카 사상으로 점철된 헐리웃의 수많은 영화 역시 배격해야할 대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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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보면 태극기 휘날리며의 냄새를 물씬 느끼게 되는데, 이것은 영화를 연출한 감독 스스로가 태극기 휘날리며의 영향으로 만들게 되었다는 말을 공공연히 밝힌 것에서도 알 수 있을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태극기 휘날리며의 제작진이 상당수 참여했기 때문이다.
강제규 필름과 명필름이 합병해서 만들어진 MK픽쳐스가 이 영화의 제작에 참여를 했고, 이에 따라 태극기 휘날리며 당시 특수효과를 담당한 데몰리션의 정도안씨, 시각효과를 담당한 강종익씨, 사운드 이펙트를 담당한 김석원씨, 특수분장의 신재호씨등이 이 영화에 참여해 태극기 휘날리며를 만들며 쌓은 노하우를 고스란히 펼쳐 놓았다.

사실 집결호의 전투효과와 장면연출은 오히려 태극기 휘날리며의 그것보다 더 훌륭하다.
실제로 수년간 시간이 흐르며 기술이 더욱 발전했을뿐만 아니라 중국이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보니 태극기 당시 시간과 예산문제로 포기하거나 축소해야만 했던 부분들이 이 영화에서는 충분히 구현이 된 것이다.
게다가 중국 특유의 스케일과 물자 동원 능력, 그리고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비장미가 더해지며 집결호는 한편의 훌륭한 전쟁영화가 갖출 대부분의 요건을 만족시킨다.
태극기 휘날리며 당시 헐리웃과는 차별화될 이미지를 찾기 위해 백병전을 전면에 내세우고 고민하던 내 생각을 떠올리며 보게된 집결호는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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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중대장 구즈디는 마치 태극기 휘날리며의 진태(장동건)와 라이언 일병구하기의 톰 행크스를 뒤섞어놓은 듯한 인물이다. 다양한 전투 액션씬을 소화해낼 뿐만 아니라 후반부에 깊은 감정연기까지도 멋지게 소화해서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인물이다.

영화는 공산권 무기와 국민당군이 사용한 서방의 무기가 어우러지며 당시의 시대적 재연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시각적으로 충분한 볼꺼리가 제공되고 만약 약간의 군사지식이 있는 분이라면 전투씬에 등장하는 M26 퍼싱 전차의 위용에 환호성을 내지를 수도 있을 것이다.(후반부에 등장하는 깡통 셔먼은 좀 깨지만...)

전쟁영화 매니아의 시각으로 보는 멋지거나 재미있는 장면 포인트들.
1. 막대한 물량으로 등장하는 국공내전 당시의 군복, 군장비들. - 저것들을 다 재현한 스케일이 부럽다.
2. M26 퍼싱 전차의 등장. - 단연 압권이다. 처음에는 실물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는데, 자세히 보니 중국제 차량을 개조해 만든 것 같지만 효과는 만점!
3. 깡통 셔먼. - 퍼싱과는 반대로 대충 만들어 등장하는 셔먼은 태극기 휘날리며의 그것보다도 못하다.
4. 항미 원조 전쟁 장면 -  전투씬은 없이 잠깐 에피소드로 등장하지만 국군을 칭할때 '이승만 군대'라고 말하는 장면은 고증 100%다. 실제로 한국전쟁 당시 중화인민군과 북한군은 남한정부를 인정하지 않았으므로 '이승만 괴뢰군'으로 불렀다.
5. 무기반납 장면에서 등장하는 영국제 소총 에피소드. - 국공 내전, 한국전을 거치며 생긴 중국군의 잡탕무기체계를 잘 보여주는 장면. 실제로 이 시기 중국군은 자국 무기는 물론이고 독일, 소련, 일본, 미국, 영국제 무기들을 닥치는대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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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볼때 이 영화는 실제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해서 만들어져 리얼리티 면에서도 훌륭하고, 이를 재현해낸 영화의 비주얼 역시 훌륭하다.
영화가 문화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인민의 교화시키는 하나의 도구라는 사회주의 정신과 정책으로 미루어볼때 집결호는 중국인민들의 역사적인 의식을 고취시키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이런 사상적인 배경을 떠나 우리가 보기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이다.
아마도 이 영화를 가장 불쾌하게 보게 될 사람들은 우리가 아닌 영화속에서의 적군, 즉 장개석의 국민당군이며 그들은 바로 지금의 대만(타이완) 국민들이다.
현재도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중국은 지금까지도 '저들을 바닷속으로 밀어 넣어 버리겠다'는 말을 서슴치 않을 정도로 대만을 멸시하고 있다.

마치 우리와 북한과의 관계같지 않은가?
이게 바로 내가 집결호를 중국판 태극기 휘날리며라고 부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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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등장하는 퍼싱 전차. 국민당군이 사용하는 버전과 나중에 한국전쟁 장면에서 미군이 사용하는 것 두 장면에 걸쳐 등장한다. 처음에는 가동되는 실물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잘 만들어져 있는데, 자세히 뜯어보면 실제차량이 아니라 소련제 T계열의 전차를 카피해 만든 자국산 차량을 개조해서 만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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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탑 위의 기관총 탄약통을 보면 미국제 탄약통이 아닌 소련/ 중국군식의 탄약통이 부착되어 있음을 알 수 있고 궤도와 로드휠(바퀴) 역시 퍼싱의 그것과는 다르다. 휠만 보면 T-34용 스파이더 휠과 닮아있는데, 정확히 어떤 차량의 휠인지는 찾아봐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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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싸하게 만들어진 퍼싱과는 달리 여기 등장하는 셔먼은 완전히 '깡통' 수준이다.
아무리 중국이라고는 해도 역시 예산이 좀 부족했거나 시간이 촉박해 대강 날림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타이거를 연상시키는 수직 전면 장갑판과 짖눌려버린 포방패에서는 대략 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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