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동안 하우스라는 드라마에 빠져있었다. 기본적으로 메디컬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지만 예전 우리나라에서 했던 '종합병원'이나 미국 드라마 'ER'같은 부류의 드라마가 아닌 것이 특색있다고 할까? 이 드라마는 이른바 '진단의학'을 다룬 의학 드라마로, 닥터 하우스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세명의 젊은 의사들이 주축이 되어 움직이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른 모든 병원이나 의사들이 진단을 내리지 못하는 환자들만을 골라 맡은뒤 독특한 시각과 마치 수사를 하듯 그 사람의 병을 찾아내는 기본구조는 마치 CSI의 그것 처럼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마치 내가 의사가 된듯 흥미진진하게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내가 이 드라마를 좋아한 것은 이런 의학 드라마라서가 아니라 닥터 하우스라는 흥미진진한 캐릭터 때문이다.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오른쪽 다리를 절어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하고 허벅지 근육을 제거한 탓에 만성통증에 시달려 진통제를 입에 달고 사는 괴팍한 의사. 노골적인 성희롱과 극단적인 감정의 변화, 쉴새없이 터뜨리는 농담들, 그러나 그는 그 누구보다도 연약한 마음을 과장된 언사와 행동속에 숨기고 사는 인물이다.
이 드라마를 보다가 시즌2의 3~5화 사이에는 하우스에게 모종의 감정 변화가 오게 되는데, 인생이 허무해지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다시 찾고 싶을때 그의 눈에는 바이크가 들어오게 된다. 지팡이 없이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그에게 바이크라니... 그러나 바이크 판매점원은 오른발이 불편해도 바이크는 탈 수 있다며 판매에 열을 올리고...
매일같이 다림질 안된 구겨진 셔츠에 후줄근했던 그가 어느날 갑자기 멋진 가죽자켓을 입고 나타난다. 마치 카우보이 처럼 지팡이를 휘돌리다 바이크 사이드에 척~ 하니 끼워넣고는 거리를 질주하는 닥터 하우스의 바이크는 다름아닌 '랩솔 혼다'. 당연히 어메리칸 스타일의 안락한 바이크를 선택하리라 예상했던 내 선입견을 처절히 깨부수고 등장한 닥터 하우스 캐릭터는 너무나 인상적이었고, 지금의 내 모습과도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참고로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들 중에 드라마 촬영장면이 아닌 실제 휴 로리(닥터 하우스)의 사진이 있는데, 여기에서도 그는 바이크와 함께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