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ANG WORLD


잡지사를 떠난지 이제 만 일년 반이 넘었다.
뭐 잡지사를 하는 동안에도 그렇게 많이 입었던 것은 아니지만 종종 비지니스 수트를 입어야할 일이 있었던 것에 비해, 지난 일년간 난 거의 양복을 걸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과 일에 지쳐 두손 두발 다 든 인간이 뭐 좋다고 목에 댕기를 매겠는가 말이다.
지난 일년간 난 찢어진 청바지와 검은 셔츠, 그리고 마치 갑옷과도 같은 가죽자켓으로 내 몸을 둘러왔다.
처절한 삶에 대한 배신감과 인생의 지표를 옷에 그려넣거나 휘갈겨 쓰고 다녔고, 참 웃기게도 그 무렵부터 날 알게된 사람들은 나의 이미지를 그 모습으로만 기억하고 있다.

정말 웃기지 않아?
나란 인간은 하나인데 언제 어디에서 만났고, '그때 어떤 옷을 입고 있었는가'라는 지극히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으로 내 인상과 사람됨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
대학시절의 난 청바지와 개량한복, 손으로 그려만든 티셔츠를 번갈아 입는 사람이었고, 군 제대후에는 밀리터리 룩으로 살았고, 20대 후반과 서른즈음에는 양복과 깔끔한 옷을 입었지.
그리고 작년부터는 지독하게 화려하거나 지독하게 그런지한, 또는 내 스스로를 보호하는 갑옷과도 같은 옷을 많이 입었지.

예전에, 누군가가... '양복이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던 기억이 새삼스러운 오늘, 마침내 난 일년 반만에 몸에 양복을 걸치고 넥타이를 맸다.
그거 뭔 대수냐고? 그럼, 큰 일이지~!
내 목에 넥타이가 걸린다는 것은 나 스스로 '이제 이 세상과 다시 대화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거든...
옷이 날개라고? 천만에!
'옷은 인간의 지극히 추하고 나약한 육체를 감싸고 보호하는 최소한의 갑옷이자 예의일 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TRACKBACK 0 AND COMMENT 9
  1. 이한수 2007.09.18 09:37 address edit/delete reply

    정말 멋집니다~

  2. [緣]affinity 2007.09.18 11:22 address edit/delete reply

    양복도 간지 좔좔~ (간지 라는 말을 잘 안쓰지만 세랑님을 보면 자주 쓰게 된다는...)

  3. 영우 2007.09.18 18:47 address edit/delete reply

    제가 기억하는 세랑형님은...
    바이크 슈트와 공군 파일럿 슈트를 아끼시며, 밀리터리 룩을 즐기시는 형님입니다~
    그래서 GMM같은 공식석상(?)의 모습이 더 낯설었었어요... :)

    • 세랑 2007.09.19 03:16 address edit/delete

      공식 석상의 모습 ㅋㅋㅋ
      그러고 보니 소위 공식석상에 서본지도 꽤 오래되었네^^
      밀리터리 룩이야 뭐 여전히 좋아하지~ 사람의 본 바탕은 잘 변하질 않으니까 말이지.

  4. 카더라통신 2007.09.19 02:01 address edit/delete reply

    인간은 너무나 추악하기에 깨끗하게 정화할 가능성이 있는 존재입니다.
    저는 적어도 그렇게 믿습니다.

    • 세랑 2007.09.19 03:17 address edit/delete

      멋진 말입니다!

  5. PINK 2007.09.19 10:53 address edit/delete reply

    (>_<)b
    프리스타일도 정장도 모두 잘 어울리셔용.

    CEO스타일 세랑! (>_______<)b

    • 세랑 2007.09.20 02:50 address edit/delete

      컥~ CEO 스타일이라니...
      그다지 CEO에 재능이 없는 인물이라서... ㅋㅋㅋ
      CEO하면 뭐니뭐니해도 우리 잡스옹이 최고지~!!

  6. 세상을 살아가며 2008.03.08 00:18 address edit/delete reply

    세상과 대화할준비가 돼어있다니 다행이내요
    세상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속에 살아 가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세상이란 그런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란 어떠한성별이나 이나 의미가 주진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거기에 어떤사람들이 살아가고 어떤의미를 부여해 가는가가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세랑님 언제나 힘내시고 즐거운 생활이 돼세요





블로그 이미지
by serang

ARTICLE CATEGORY

분류 전체보기 (949)
Who Is Serang (6)
Fine Art (19)
Miniature Art (303)
Wearable Art (21)
SerangCast (56)
Serang,s Life (215)
Motorcycle Diary (75)
Movie & Fun (73)
Candle War (41)
Mac Life (69)
Military (27)
Art Shop (24)
  • 1,374,116Total hit
  • 29Today hit
  • 44Yesterday h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