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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11
안녕하세요? 미니어처 아티스트 김세랑입니다.
지난주에 발송한 작품을 준비하며 찍은 몇장의 사진을 통해 오래간만에 작업 업데이트로 인사드릴까 합니다.
저의 작가활동 30주년 기념작품인 쿼터 스케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주문작들을 제작중인 모습과 발송 과정을 몇컷 소개합니다.
먼저 제가 작품을 구상하고 준비하는 작업 일부를 소개해 드립니다.
저는 1990년대 부터 지금까지 총 다섯차례에 걸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만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나의 소재로 이렇게 여러 작품을 만든 것은 유일한 케이스인데, 이것은 제가 지난 30여년 넘게 우리나라 고대 군사사와 특히 이순신 장군에 대해 개인적인 공부와 연구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순신 장군의 문헌 기록은 직접 남기신 '일기'가 있지만, 의외로 당시의 복장과 장비에 관한 유물과 자료는 충분치 않습니다.
직접 모델링에 들어가기 전, 그간 연구하고 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구상을 하고 필요한 디자인 작업을 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당시 최고위급 무장의 투구나 갑옷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영화나 사극드라마, 박물관에서 보는 대부분의 무구류는 조선 말기의 것으로 왜란 당시의 장비는 아닙니다.
일례로 투구의 경우 저는 국내외에 산재한 총 46점의 투구 유물들을 조사하고 참고해 '왜란 당시 최고위급 무장이 사용했음직한 16세기 투구'를 새롭게 디자인 해야 했습니다.
투구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의 모든 부분이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헤드는 강렬하고 역동적이며 거칠고 투박함을 강조해 조형했습니다.
양산품이 아닌 작가작의 가장 큰 미덕인 '작가의 해석과 의도'를 명확히 드러낸 것으로, 이미 작품발표때 밝힌 바와 같이 명량해전 당시 장군이 처한 현실과 육체적 정신적 상태를 조형과 도색에 담아 표현합니다.
휘몰아치는 해풍 속에서 적개심을 가득 담아 이빨로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적을 노려보는 장군의 모습입니다.
일부러 에어브러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한땀한땀 작가의 붓터치를 고스란히 담고 살려 색칠해 수채화나 유화 회화작품을 보는 듯한 질감을 살려 페인팅합니다.
조형은 맨 상태의 모습보다는 투구를 착용했을때 진정한 맛이 느껴지도록 의도해 제작되었습니다.
지난 30여년 작가생활을 대표하는 작품인 만큼 이 작품은 구상부터 조형, 캐스팅및 부자재의 수급, 소품의 제작, 의상, 페인팅까지 전 과정을 작가 본인인 제 손으로 합니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고 미련한 방식입니다만, 30주년 기념작인데다가 '상품'이 아닌 '작품'을 표방하고 있기에 작품의 전체에 제 손길이 들어가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의상 역시 제가 공부해온 내용을 토대로 어디서도 본 적이 없을 새로운 복식과 갑옷을 제시합니다.
실제 16세기 유물을 참고해 옷감의 문양 패턴을 디자인했고, 이 도안을 토대로 원단을 직접 제작했습니다.
푸른 청철릭은 16세기 칼깃의 짧은 철릭을 재현했고 모란당초문을 사용했습니다.
갑옷은 역시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16세기 운보문단을 원단으로 사용해 제작하는데, 흔히 보는 두정갑이 아니라 조선 초기에 제도가 마련된 최고위급 갑옷인 두두미갑을 국내최초로 재현해본 것입니다.
두두미갑은 짧은 문헌기록과 목판화로 인쇄된 작은 그림으로만 전해지는 것으로, 아직까지는 그 누구도 정확한 형태나 규격을 알지 못하여 많은 부분을 작가의 연구와 해석으로 채워넣어야 하는 작업입니다.
이전 세대의 갑옷과 이후 세대의 갑옷, 동시기 주변국의 유물등을 연구하고 참조해 제 나름대로 가장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해석을 통해 두두미갑을 재현했습니다.
디자인, 원단제작, 패턴제작, 재봉, 부자재의 부착등 모든 과정을 직접 합니다.
사진에서 잘 보일지 모르겠는데, 두두미갑의 가장 큰 특징인 은색과 금색의 두정이 교차되어 배열되는 것을 문헌기록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완성된 갑옷에 장비들이 착용된 모습입니다.
상징적 기물인 아산 현충사 소장 충무공 장검이 아니라 실제로 이순신 장군님이 사용했음직한 환도의 디자인과 제작도, 활과 화살, 이를 수납하는 동개도 모두 실제 유물을 조사하고 연구해 재현했습니다.
모든 것에 있어 제가 정답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현존하는 가장 실제에 근접한 '16세기 최고위급 무장의 복장과 장비'라고는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배송을 할때는 본체는 미리 세팅을 다 해서 파손이 없도록 잘 포장하고, 별도 포장이 필요한 파츠들은 개별포장하여 제 전용 패키지에 담아 보내드립니다.
작은 검은 상자에는 헤드가 별도 포장되어 담겨 있습니다.
저의 원작이 전쟁기념관 전시를 통해 발표되고 제법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간 왜 이렇게 오래걸리나 궁금하셨을텐데 믿고 기다려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주문작이 원작보다 더 멋지게 나오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밝혀둡니다.
원작, 즉 프로토 타잎은 제 머리속 이미지로만 존재하던 것을 최초로 구현한 것이라서 여러 시행착오가 담겨 있습니다.
원작을 발표한 이후 소재와 제작방법, 디테일의 수정등이 있었고, 이에 완전한 원단과 부자재, 오류가 수정된 패턴, 안정된 제작방식등이 마련되어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게 됩니다.
지난 30여년간 제 작업을 기념하는 작품을 선택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인사를 드리며 자주 업데이트를 전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다음주에는 작품의 각 요소별 세부 해설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또 뵙겠습니다.
김세랑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