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ANG WORLD


'5.18'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7.07.29
    SerangCast Video 32. 화려한 휴가 OST중 임을 위한 행진곡. (13)
  2. 2007.05.18
    5.18 광주항쟁과 특전사 전투복. (5)
  3. 2007.01.27
    당신은 태극기와 애국가와 함께 운적이 있나요? (12)
영화 화려한 휴가를 봤습니다.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나 영화 자체의 감동도 감동이지만 실제 80년 광주의 사건들과 이미지들이 떠올라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영화는 무척 사실적이지만, 오히려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실제 사건이 주는 무게감이 이 영화를 마치 비현실 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임을 위한 행진곡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80년 당시의 기록사진들을 이용해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봤습니다. 노래를 잘 불러서가 아니라 영화의 감동을 표현하고 싶어서 부른 노래이니 그 감성만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중간에 삽입된 시는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의 원작인 백기완 선생님의 시집중 '묏비나리'라는 시의 일부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원래 5.18당시 시민군이었던 윤상원씨(영화에서 김상경 역할의 실제인물)의 사망후 이뤄진 영혼결혼식때 백기완 선생님이 바친 시 '묏비나리'가 원작으로, 이후 이 시에서 발췌한 가사에 곡을 붙여 80~90년대 대학가와 집회현장에서 널리 불리게 된 곡입니다. 저 역시 많이 불렀었지만 이번 영상을 위해 녹음을할때는 반주가 된 OST의 연주곡 키가 높게 설정되어 있어 노래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아무래도 담배를 끊어야 하겠어요~.

어느 소년의 바이크 이야기에 이어서 Daum TV팟 투데이 추천영상과 채널 TOP에 올랐습니다. 본의 아니게 인기 UCC작가라는 말도 안되는 타이틀이 붙어버렸네요.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노래부르고 편집한 보람이 있습니다^^ <<추가: 댓글과 조회수가 무시무시하게 올랐는데, 민중항쟁의 순수성에 대한 논쟁이 불붙었군요. 세랑월드 식구분들은 행여라도 진흙탕에 발을 담그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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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종암 2007.07.30 13:45 address edit/delete reply

    기다리고 있던 영화입니다. 세랑님의 포스트를 보고 생각이 나서, 이곳 LA에서 확인을 해봤더니, Korea town에 있는 M Park 4라는 극장에서 상영을 하더군요.
    그래서 재빨리 나가서 보고 왔습니다.

    두말이 필요없더군요. 훌륭한 영화입니다. 진지하게 몰입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눈물 없이 볼 수없는 영화입니다.

    • 세랑 2007.07.30 14:57 address edit/delete

      아유~ 종암님, 백만년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지요?
      미국에서도 벌써 개봉했군요. 아마도 한인타운에서만 일 것 같습니다만, 먼 곳에서도 잘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2. 박종암 2007.07.30 22:35 address edit/delete reply

    네.. 한인 타운에서 상영하는 한국 영화가, 한국과의 개봉시간 차가 약 1주인가 3일인가라고 하더군요. 기억이 잘 안나는데 아마 1주일인거 같습니다. :)
    이 영화는 꼭 극장에서 봐야할 영화인거 같습니다.
    어르신들이 극장에 좀 오셨고, 간간 젊은 커플들이 왔었습니다. 한 나이드신 분은 그때 현역으로 작전에 참여하셨다고 하더군요. 많이 후회하시더군요.
    80년대는 비록 제가 어렸을때긴 했지만... 학교를 대법원 옆에 있는데 다녀서, 많이들 끌려오는 것을 봤습니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 세상 많이 살기 좋아진거 같습니다.(한편으론 다른 방식으로 더 힘들어졌겠지만..)
    그래도 80년대는..... 어떤 방면에선 행복했던 시기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왜냐하면 뭐가 옳은지를 확실하게 아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요..
    지나간 시간이라 그렇게 느껴지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나라가 앞으로 건강한 모습으로 잘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세랑님 건강하시구요. 하시는 일 잘되시기를... ( 교수님 되셨나 봐요? :) )

  3. 카더라통신 2007.07.31 12:39 address edit/delete reply

    저는 화려한 휴가를 보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트랜스포머를 보느라 통장에는 이제 먼지밖에 없습니다..ㅠㅠ

  4. 박상욱 2007.07.31 17:44 address edit/delete reply

    보셨군요? 저는 이영화 시사회에서 봤는데요,,,실은 보러가지 않으려했습니다,,
    주제가 너무무거워서,,,보는 내내 무겁더군요,,,주위에 눈물을 흘리는것은 둘째치고

    80년대 기억들이 나더군요,,,중학교때 매일 6시뉴스에 나오던 그아저씨와,,,그때 저희집이
    음식장사를 했었는데
    계엄령이후에 계속 한산했던 거리,,,결국 망했지만요
    나중에 재수할때 옆 짝궁이 광주 녀석이라 조선대치려고 재수하던녀석이었는데요

    그녀석한테 들었던 어렸을때 기억들,,,,그런것들이 생각나더군요,,,

    헌데 보고나서 지금이니까 만들수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들었습니다,,

    다 못한 이야기를 영화에 담아보겠다고 했지만,,,극장을 나오면서도 아직 못한말들이 있는듯하고

    암튼 무거운영화였습니다,,,,,역사에 한자락 남아있는,,,,,

    • 세랑 2007.08.03 17:44 address edit/delete

      8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그런 생각을 할 겁니다.
      저 역시 게시물에도 썼지만 실제 진실이 주는 무게감이 영화를 보는 내내 더욱 가슴아프고 저렸습니다.
      그래도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고 사람들이 보고 호평한다는 것이 이 사회가 아직은 희망을 말할 수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습니다.

  5. 장날개 2007.08.03 01:44 address edit/delete reply

    역시~~~~실력 그대로군! 궁금한거- 한옥타브낮춰서 부르는 사람, 코러스 누구? 반주에 더빙되어 있는건가?

    • 세랑 2007.08.03 17:45 address edit/delete

      한 옥타브 낮춰 부르는거, 화음 모두 내가 따로따로 부른뒤 믹싱한거라네. ^^;
      원곡은 그냥 오케스트라 연주곡.

  6. 김두영 2007.08.03 10:00 address edit/delete reply

    아시다시피 저는 광주 사람입니다.
    지난 27년 동안 단 한명도 광주의 비극을 귀담아 들어주는 이 없었죠.

    전두환이에겐 별다른 감정은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그 인간을 처벌한다고 518이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닌데 모두 그사람만 탓하더군요.

    하지만
    곤봉으로 때려 죽이고, 대검으로 찔러 죽이고, 총으로 쏴 죽였던
    계엄군 한놈, 한놈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명령에 복종하기 위해 했다고 하나
    같은 인간으로서 그렇게 잔인한 짓을 서슴없이 저질렀다는 것 만큼은
    제가 죽는 그날까지 절대로 용서 못하겠습니다.

    전두환이와 지휘계통의 잘못이라고 에둘러 말하는 이들이 더 꼴보기 싫습니다.

    • 세랑 2007.08.03 17:50 address edit/delete

      이 영화를 계기로 광주분들의 피해의식이 조금이나마 걷힐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역시 친가가 광주라서 직간접적으로 이 사건과 연관되어 있지만, 전 당시 게엄군이었던 공수부대 분들 여럿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습니다.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인간의 폭력성은 그 문이 열리는 자그마한 계기만 생기면 여지없이 발휘됩니다.
      그것은 비단 5.18의 광주에 투입된 게엄군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그분들 역시 피해자인 광주시민들 이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더라 하는 것은 두영씨께 말씀드리고 싶네요.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는 유명한 말이 혹여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7. 장날개 2007.08.06 01:05 address edit/delete reply

    사랑과 역사는 시제가 맞지 않는다!!!!!
    이참에 8.15 팩키지 한번 쭉 보는것도 괜찮을 듯......
    '꽃잎'에서 출발해서 '박하사탕'을 지나 '오래된정원으로 간후 '화려한휴가'로 마무리....

  8. 장날개 2007.08.06 01:07 address edit/delete reply

    815가 아니라 5.18이닷! 잠시 그분이 오셔서ㅋㅋㅋㅋ

  9. 딕덕(김건호) 2007.08.20 20:58 address edit/delete reply

    광주민중항쟁을 놓고 전두환 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심히 김일성,스탈린,히틀러를 옹호하는것과 같은 분노와 두려움도 느꼈습니다. 네이버에 하도 화가나서 인간사냥을 위한 '화려한휴가' 라고 리뷰를 올렸습니다. 영화 리뷰보다도 두 독재자분? 까기내용이죠. 영화자체는 젊은세대 들에게 신군부독재의 만행을 보여준것으로는 잘된것같습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준기의 고등학교 시절 머리모양이나 김상경 등 주인공등이 전라도 방언을 쓰지않는점이 세밀함면에선 아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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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5.18입니다. 전에도 포스팅한 적이 있지만 광주항쟁은 저 개인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친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의 본가가 나주, 친지들이 모두 광주에 살았던 관계로 주변에 당시 화를 입으신 분이 있는가 하면, 아주 가까운 분중에 당시 진압군으로 광주에서 충정작전을 시행한 특전사 대원 출신인분도 계십니다.
전 개인적으로 당시 저항한 광주시민과 시민군은 물론이고 계엄군과 진압군으로 투입된 당시 국군장병들 역시 시대가 낳은 크나큰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군인은 군인입니다. 명령이 떨어지면 그대로 따를 수 밖에 없고 특수한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인 폭력성이 발현되는 것 역시 어떤 소요나 분쟁, 전투에서나 일어나는 일입니다.
당시 비극의 가해자는 광주를 '빨갱이 집단, 간첩들의 준동, 좌익세력의 폭동'등으로 매도하며 군대의 투입을 명령하고 폭력으로 진압하며 발포하도록 허가를 내린 사람들입니다.
특히 그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인 전두환씨는 평생을 두고 그 죄를 추달해야 마땅할 것이며, 사실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나라였다면 진작에 처형당하고도 남았을 인물입니다.
비극적인 사건이 있은지 27년, 오늘 아침은 하늘에 드리운 구름장막이 당시의 넋을 위로하는 '만장'처럼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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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제가 소장하고 있는 5.18 광주항쟁 당시 투입된 특전사 대원들이 입었던 군복입니다.
제 또다른 전문분야가 바로 이런 군복과 군장의 수집인데, 이옷의 경우 군복발전사에서 무척 중요하고 큰 발전을 가져온 군복임에도 불구하고 5.18때문에 극도로 부정적인 이미지로 굳어져 일순간 세상에서 모습을 감춰버린 역사가 담긴 옷입니다.
전역자들의 경우 자신이 입었던 군복은 큰 자랑꺼리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당시 특전사 출신 병사들은 이 옷을 떳떳하게 입을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대부분 걸레나 작업복으로 없어져 버려서 실물을 구하기가 극도로 어려운 군복중의 하나입니다.
제 소장품이기 때문에 명찰은 제 이름으로 바꿔 놓았지만, 이 옷은 실제로 광주에 투입되었던 분에게 구입한 것입니다.(물론 투입 당시에 입었던 것은 아닙니다. 전역때 받은 새 군복이죠)
지금도 광주이야기만 나오면 평생 지을 죄를 다 뒤집어 쓴 표정으로 한숨만 쉬시던 그분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꿈많은 학생들과 새파란 청춘의 군인들을 눈물과 한숨으로 살아오게 만든 그들을 결코 용서해선 안될 것입니다.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 가슴엔 붉은 피 솟네! -오월의 노래2 중에서(아래 삼각형 플레이 버튼 누르면 노래가 나옵니다)-
  1.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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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astman 2007.05.18 21:38 address edit/delete reply

    그래도 그 날을 기억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예요.

    • 세랑 2007.05.18 22:20 address edit/delete

      대학생 시절 5.18 비디오를 보며 속된말로 '눈깔이 뒤집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뒤 제 블로그에 올린 특전사 대원의 군복을 구했죠.
      옷을 받아온 밤, 천천히 그 옷을 입어봤습니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더군요.
      눈앞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비명과 매캐한 화약냄새가 진동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게 그 옷을 주신분은 사격명령후 처음에는 차마 시민들을 쏠 수가 없어서 하늘쪽을 향해 헛방을 날렸다고 하더군요.
      얼마안가 소대장에게 들켜 군홧발로 어깨쭉지를 찍히고 소대장이 손으로 가리키는 표적을 향해 쏘아야 했답니다.
      화약연기에 섞여 다가오는 피비린내는 맡아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평생 알 수 없을 겁니다.

  2. 카더라통신 2007.05.19 15:18 address edit/delete reply

    이럴때는 U2가 광주에서 Sunday Bloody Sunday 불러줬으면 좋겠습니다. 군인과 시민군, 도대체 누가 승자였습니까. 다들 피해자 아닙니까.

  3. 튜닝 김두영 2007.05.24 22:56 address edit/delete reply

    태어나서 서울로 상경하기 전까지 주욱 광주에서 살아왔습니다.

    저 군복만 보면 피가 거꾸로 섭니다.
    결코 잊을 수도 없고 용서할 수도 없더군요.

    자의든, 타의든 그들은 우리를 죽였습니다. 제 기억은 그것 뿐입니다.

    • 세랑 2007.05.24 23:07 address edit/delete

      저도 친가쪽이 모두 광주와 나주입니다.
      당연히 주변중에 5.18 당시 변을 입으신 분들이 계십니다.
      80~90년대 대정권 시위를 할때 학생들을 막고 폭력으로 진압하는 전의경들이 밉고 원망스럽긴 하지만 정작 문제의 원흉은 정권의 핵심에 있겠죠.




왜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젯밤에 가볍게 술 한잔하면서 쓰라리게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60~70년대생들에게는 군부독재 정권하에서 맹목적인 애국심 강요에 대한 반발심으로 잘 부르지도 않았고, 국기에 대한 경례는 살벌한 분위기의 아침조회에서 군대라도 들어간 것 처럼 치러내야 했던 기억들 때문에 태극기와 애국가는 한동안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그저 한 나라의 상징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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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학창시절 목격한 6월항쟁은 태극기에 대한 제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은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매일 저녁 5시 30분이 되면 국기 하강식이 거행되며 길거리에서도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애국가와 함께 국기를 찾아 경례를 해야했던 시절...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상이었고 조금은 귀찮기도 한 것이었지만 1987년 6월의 그것은 좀 달랐습니다.
여전히 곳곳의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지는 애국가와 펄럭이는 태극기는 여전했지만, 바로 그 5시 30분 국기 하강식에 맞춰 골목골목, 건물마다, 길을 가던 행인들이 일제히 차도로 뛰쳐나가 도심을 메워버리고 불렀던 애국가는 지루하고 따분한 애국가가 아닌 가슴을 망치로 두드리는 듯한 벅찬 느낌이었습니다.

부모님께는 숨겼지만, 저 역시 종종 그 대열에 합류해 함께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고, 나중에 알았지만 당시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도 매일 5시 30이 되면 가게 문을 닫고 대전역 광장에서 구호를 외치고 계셨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최루탄 직사에 두개골 함몰상을 당해 즉사한 고 이한열씨의 사진은 저뿐만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의 의식과 미래를 바꿔놓게 되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1987년, 그때 불렀던 애국가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분노의 눈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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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광주, 당시 전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어렸지만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것은 그날 아침, 조회에 들어오신 선생님이 "나라에 큰 일이 났다."라고 말씀하시던 얼굴입니다.
남자선생님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눈가에 눈물자국을 지우지도 못한채 들어오셔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시던 그 일이 5.18이라는 것은 훨씬 뒤에 알게 됩니다.
대학에 다니며 소위 '교재'로 불리던 조악한 화질의 광주 동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국내방송들의 영상이 아닌 외신기자, 외국 민간인들이 촬영한 영상의 모음이었던 그 테이프는 훗날 다양한 다큐프로에 자료로 쓰여 이젠 널리 알려진 것이지만, 당시 제가 본 것은 방송용으로 시신을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너무나 참혹해 공중파 방송에서는 삭제된 분량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원본영상이었습니다.
차량시위대의 행렬 맨 앞의 버스 위에서 상의를 벗어 던진채 태극기를 흔들며 애국가를 부르던 한 청년... 결국 그분은 곧이어 이어진 발포로 인해 절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길바닥에 널부러져있던 수많은 시신들은 시민들의 손에 의해 리어카에 옮겨지고 겨우 태극기 한장이 씌워질 뿐입니다.
시신의 피가 배어 붉게 변한 태극기, 그리고 거리에서, 버스위에서, 마지막 밤 도청안에서 울먹거리며 불렀던 애국가...
1980년 5월의 태극기는 잔인하게 붉은 핏빛이고 애국가는 처연한 슬픔이었습니다.

1991년 여름, 전 시청앞 로터리(현재의 시청광장)에 있었습니다.
남대문 시장을 등진채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길과 골목이 전경대의 제복과 방패로 인해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는, 지독히 비현실적인 풍경이었습니다.
천지를 울리는 듯한 일제발사음이 사방에서 들려오고 뒤이어 비행궤적을 따라 흰꼬리를 그리며 눈앞으로 날아드는 지랄탄...
귓볼을 스쳐 지나간 지랄탄이 제 뒤에 있던 순대행상 아주머니의 순대삶는 솥을 뒤엎어 놓는 순간 숨이 콱 막혀오며 그대로 길바닥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고 질식해버릴 정도로 엄청난 양의 최루가스속에서 아득하게 의식이 멀어질 즈음, 전 봤습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높은 건물의 창가에서 회사원으로 보이는 한 아저씨가 던져서 펄럭이며 내려오는 한장의 태극기...
그 태극기로 인해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1991년 여름, 최루가스 속에서 눈물 콧물을 쏟아가던 가운데 목격한 그 태극기는 '희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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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다시 돌아온 시청은 10년전의 기억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도로를 메운 젊은이들, 함성, 그리고 태극기와 애국가...
붉은악마가 상암구장에서 해치워버린 거대한 태극기 퍼포먼스는 가슴떨리는 진한 감동이었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가장 절절하게 와닿았던 것은 선두에서 응원을 리딩하는 분들이 온몸을 쥐어짜듯 토해내던 사전구호인 "자랑스런 나의 조국~ 대~한.민.국!" 입니다.
전 지금도 그 목소리와 모습을 떠올리면 온몸이 찌릿해집니다.
2002년과 2006년, 붉은물결 속의 태극기와 애국가는 짜릿한 전률로 흘리는 눈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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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카더라통신 2007.01.27 16:19 address edit/delete reply

    저는 이제 애국심을 강요하기보다는 애국심을 자발적으로 이끌어낼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 세랑 2007.01.31 03:31 address edit/delete

      우리나라에 한나라당만 사라져도 자못 애국심을 이끌어낼 나라가 될 수 있을겁니다 ㅋㅋㅋ

  2. 이한수 2007.01.29 10:33 address edit/delete reply

    518 기념 공원에 랩터 타고 한 번 방문해 주세요...

    그리고 오시게 된다면 예쁘게 꾸며진 신묘역 말고 구묘역 먼저 찾아봐 주시길 바랍니다.

    구묘역엔 전두환씨가 모처에 왔다갔다며 새겨놓은 돌판이 있는데 이 것 꼭 지그시 밟아주시고요.

    • 세랑 2007.01.31 03:32 address edit/delete

      그렇지 않아도 지난 여름 전국일주때 광주에 랩터타고 가서 5.18 묘역 갔었습니다^^

  3. 쇠돌이 2007.01.30 11:51 address edit/delete reply

    여전히 박정희 전두환을 그리워하는 인간들을 보면... 그리고 그때 권력에 빌붙어 살던 인간들이 아직도 득세하고 지지받고 하는 현실이 이해가 안갈뿐입니다.

    • 세랑 2007.01.31 03:35 address edit/delete

      동서고금, 시대를 불문하고 구태를 청산하지 못하면 결국 언젠가는 곪아 터지죠.
      우리나라의 IMF 경제위기가 지난 50여년간의 썪은 사회와 경제구조가 불러온 것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재벌구조와 불평등한 조세구조, 기득권층의 조세문제등은 하루빨리 바로 잡혀야 할 부분입니다.

      그런마당에 전두환 기념공원이라니...
      전재산 30만원짜리 인물을 뭘 기념할게 있다고...

  4. 박상욱 2007.01.30 16:52 address edit/delete reply

    87년 기억나네요 제가 고3이고 누나가 1학년이었는데,,저녁에 누나가 집에 왔을때 매퀘한 냄새로
    어머니한테 혼났던적이있었습니다,,옷을 후다닥 모두빨고,,,,
    저는 몰랐죠,,,그날저녁 시청,서울역앞에 사람들로 가득했던것이 뉴스에 나왔습니다,,누나는 테레비젼옆에서 저에게만 몰래 말했죠
    오늘 저기에 갔었다고,,,아버지 어머니한테는 비밀이었습니다,,그후에 6.29선언이 나오더군요
    80년대학번이면 아마 누구나 익숙한 최루탄과 태극기인것같습니다,,,

    • 세랑 2007.01.31 03:36 address edit/delete

      최루탄과 태극기... 앞으로는 더이상 두 단어가 함께 붙어 다니는 일이 없었음 좋겠습니다.

  5. eastman 2007.02.01 23:26 address edit/delete reply

    그냥 젊은 사람들은 역사의 무게는 이제 역사의 몫으로 넘겨주고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80년대에 대학다닌 사람으로서 세상에 그렇게 열심히 추구해야할 게 정말 있을까 하는 회의가 많이 들어요.
    그냥 정직하게 돈벌고, 그렇게 돈벌면 많은 돈을 못벌겠지만 그 돈으로 자기 인생 소박하게 즐기고, 그리고 적은 돈에서 약간의 돈을 떼어내 남도 좀 도와주고 하면서 살아가는 소시민의 삶이 가장 성공한 삶으로 생각이 된다는...
    슬퍼라, 세상산다는게.

    • 세랑 2007.02.02 00:08 address edit/delete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소박하게 자신의 인생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느끼게 됩니다.
      내가 혼자 소박하게 살고 싶다고 그리 되는 것도 아니고, 세상 바르고 잘 살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되지도 않는 것... 그런게 인생인가봐요.
      정말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인생을 알게될꺼라는 말이 맞는게 아닐지...

  6. 바둑이 2007.02.04 22:01 address edit/delete reply

    그 당시 광주에 살던 제 사촌은 친구와 육교를 건너는중 앞서 가던 친구가 그냥 픽 쓰러졌는데 ...그게 총맞고 죽은 거였데요...
    그당시 죽음을 이해하기엔 어린나이라 그렇게만 기억하고 있지만...기도 막히고 코도 막힌 일이지요...
    청와대 뒤에 살던 저는 상엄한 헌병들에게 둘러싸여져서 단단히 차단된 채 어린 시절을 보냈지요...

    • 세랑 2007.02.04 22:32 address edit/delete

      여전히 그 학살자들이 떵떵거리고 살고 있다는 것이 차라리 비현실적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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